[우카스가]느려도
물끄럼히 그가 내미는 담배 한 개피를 바라보았다.
“나는 절대 못 피게 할 거라면서요.”
“그래. 나도 후회할 거 아니까 지금 받지 않으면 영원히 얄짤 없어.”
“누가 안 받는데요.”
담배를 받아들고 한참 바라만 봤다. 그의 담배를 호기심에 빼들고 만지작거린 적은 있지만 이게 내가 곧 필 담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분명히 그거나 이거나 같은 담배인데, 담배 종류도 같은 건데 왜 이렇게 생소하게 느껴질까. 그가 내미는 라이터도 받아든 채로 불은 붙이지 않고 쳐다보기만 하고 있으니 핀잔이 들려왔다.
“눈으로 불 붙이냐.”
“무드 없게. 막 영화 보면 담배로 불 붙여주던데.”
“어쭈. 네가 뺏기고 싶지.”
그는 그러면서도 불붙은 담배를 물고 다가왔다.
“담배 물어봐.”
나는 시키는 대로 담배를 물고 기다렸다. 곧 그가 다가왔고 담배 끝이 서로 닿았다. 꽤 닿아있었는데 내 담배엔 불이 붙지 않았다. 결국 그가 입을 뗐다.
“빨아야지.”
그 말을 듣고 그제야 담배를 빨자 내 담배에도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입안에 머금은 연기를 어찌해야할지 몰라 일단 바로 뱉었다. 담배는 이렇게 피면 되는 건가? 원래 처음 담배를 필 때는 기침도 나고 그런 거 아닌가? 연기가 나는 담배를 손에 끼운 채 그를 바라보았다. 역시 나랑 뭔가 달라.
“안 알려줄 거야.”
“나 아직 아무런 말도 안했는데요.”
“담배 어떻게 피냐고 할 거잖아.”
“알면 알려줘요. 이러면 담배 받은 의미가 없잖아요.”
“없었으면 좋겠다. 벌써부터 후회중이니까.”
“얼른 담배 다 타기 전에 알려줘요.”
그는 한숨을 크게 쉬더니 결국 알려주었다.
“담배를 빨아서 연기를 한번 들이마신 후 내뱉는 거야. 이렇게.”
그의 말대로 그를 따라서 해보았다. 여전히 기침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래서 다시 또 연기가 나는 담배를 들고만 있는데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담배 못 피게 하려고 그렇게 애를 쓰더니 결국은 그에게 배우는구나. 내가 정말로 힘들어 보이긴 했나보다. 심지어 내가 담배피면 코치일 관둘 거라고 으름장을 놓던 사람이 담배를 줄 줄이야.
“뭐가 좋다고 웃냐.”
“이제 코치일 그만둬야겠네요.”
“그렇게 내 일자리를 뺏고 싶냐.”
나는 대답 없이 웃었다. 그리곤 다시 한 번 용기 내어 담배를 한 모금 마셨다. 여전히 어지럽네. 그래도 왜 사람들이 피는지는 알 것 같다. 말로 형용할 순 없지만 그렇다. 그렇게 천천히 담배 한 대를 다 폈다. 아주 느린 속도로. 그는 말없이 아주 느린 내 속도에 맞춰서 피워주었다. 어떤 위로 한 마디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 속에서 위로를 받았다. 남들보다 느리고, 그래서 뒤쳐졌다고 생각했던 내 삶의 속도에서 그만은 나를 기다려줄 것이라는 믿음, 그런 게 생겼다. 느려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기도 했다. 담배 하나 피는데 쓸데없이 의미부여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아무렴 어때.
담뱃불을 비벼 끄고 일어나서 그의 손을 잡고 한참을 말없이 걸었다. 이번에도 아주 느리게. 마치 내 인생처럼. 앞으로도 난 내 삶의 속도가 답답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고질병이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느린 내 삶도 나름 괜찮은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아직 처음 피워본 담배에 어지러워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