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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하이큐 스가른

[오이스가]떨림

KKOTBI 2017. 10. 10. 23:26

헌혈하러 가자. 어때?”

청천벽력과 같은 한 마디였다. 헌혈을 하자고? , 잠시만. 순간 어릴 때 돈가스 사준다는 엄마의 말에 속아 주사 맞고 울면서 나오던 시절부터 일 년쯤 전 덜덜 떨면서 건강검진을 받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헌혈이라면 그거 기다란 바늘 꽂고 한참 있어야 하는 그거? 내가 아픈 것도 아닌데 내 몸에 바늘을 꽂는다고? 심지어 아플 때조차 주사는 절대 안 맞는 내가 헌혈.......? 말도 안 돼. 어떻게든 말려야 한다.

코우시, 정말로 헌혈하자고?”

, 토오루 너 설마 무서워?”

응 무서워! 무섭다고! 나는 바늘이 무서워! 아프잖아! 하지만 이런 말을 코우시 앞에서 할 수 있을 리는 없다. 코우시한테 어떻게 내가 바늘을 무서워하는 겁쟁이라는 사실을 말할 수 있을까.

코우시, 내가 헌혈을 무서워할 리가 없잖아. 헌혈하고 코우시 팔에 멍이라도 들면 어떡해.”

좋아. 이정도면 나름 괜찮은 임기응변이었어.

뭐 팔에 멍드는 게 대수야? 나 헌혈하는 거 좋아해. 너 싫으면 나만 헌혈할게

코우시 팔에 멍들면 속상한데......”

멍 좀 들면 어때. 별로 아프지도 않은데. 너 무서워서 그러는 거 맞지?”

그럴 리가. 네가 좋으면 헌혈하러 가자.”

그래. 코우시한테는 통할 리 없는 임기응변이었지만....... 오늘만큼 내 입이 미웠던 적이 없는 것 같다.

 

 

헌혈하기 전 뭔가 표를 작성하는데 어째서 결격 사유에 해당되는 것도 없는거지. 하다못해 아침이라도 먹지 말걸. 혹시 빈혈은 아닐까하는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피검사도 했는데(솔직히 이것도 무서웠다.) 그래 내가 빈혈일 리가.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피 뽑으시는 분이 무언가를 손에 들고 다가오는데, 바늘이다. 무서운 마음을 가라앉히려 옆에 누워서 먼저 바늘을 팔에 꽂고 누워있는 코우시 얼굴을 보았다. 그래, 코우시 얼굴을 보자. 잠시만, 아 코우시, 지금 그 얼굴로 그렇게 웃어주면 반칙이잖아.

문득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돌리다 실수로 곧 내 팔에 꽂히게 될 운명인 바늘을 보고 말았다. 뭐야. 이거 왜 이렇게 큰 거지? 그래도 코우시가 보고 있어. 표정관리, 표정관리하자. 하지만 바늘이 꽂히는 그 순간의 생리적인 공포는 정말 어찌할 수 없나보다.

학생, 왜 이렇게 떨어요? 세상에, 손에 땀나는 것 좀 봐.”

“......얼른 바늘 꽂아주세요.”

결국 덜덜 떨면서 바늘을 꽂았는데 아, 옆에서 코우시가 웃고 있어. 망했다.

토오루

“......”

토오루 나 좀 봐봐

“......”

나 안 볼 거야?”

그럴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왜 넌 이럴 땐 그렇게 다정하게 불러줘서 내가 원망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거지.

무서우면 넌 안 해도 된다니까

“......너한테 무섭다고 어떻게 말해.”

사람마다 무서운 건 다 있는거지 뭐.”

그래도 듬직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단 말야.”

울 애기 듬직한 사람 되고 싶었어요?”

하지 마......”

큭큭, 알겠어, 알겠어.”

 

길고 길었던 헌혈의 시간이 끝나고 아직도 떨리는 손으로 코우시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데 놀리는 코우시가 너무 얄미워서 흘겨보았다. 근데 어쩜 이렇게 아랑곳하지 않는지.

토오루 아직도 그렇게 떨려?”

“......손 놔.”

정말 놔?”

“......아니.”

진작 헌혈하러 가자고 할 걸~ 토오루 새로운 모습도 보고 신선하다.”

뭐가 신선해. 부끄러워.”

귀엽고 좋은데 뭘.”

그리고 갑자기 내 손을 꽉 잡더니 그대로 들어 올려 아직 떨리는 손에 입을 맞추었다. , 이런 코우시, 내 손 더 떨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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